해외 법인의 신규 입사자, 외국인 동료, 여러 나라에 흩어진 프로젝트 팀. 온보딩 콘텐츠를 두 개 이상의 언어로 운영해야 하는 조직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같은 순서로 시작합니다. 한국어로 다 만든 뒤, 번역을 맡깁니다.
First Run은 한국어와 영어로 시작해 일본어를 더했고, 최근 스페인어를 네 번째 언어로 추가했습니다. 게임 화면, 퀘스트 수천 개의 문장, 매뉴얼, 사이트 페이지, 블로그까지 한꺼번에 옮기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와, 다음에 다른 언어를 더할 때도 지킬 기준을 정리합니다.
번역 전에 정할 것 1: 용어집
번역을 여러 사람이 나눠 맡으면 같은 단어가 다르게 번역됩니다. 게임에서는 '퀘스트'가 misión인데 매뉴얼에서는 tarea가 되고, 블로그에서는 다시 desafío가 됩니다. 신규 입사자는 이 셋이 같은 것인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용어집부터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자주 나오고 화면에 표시되는 말입니다.
- 게임의 기본 단어: 퀘스트, 복습 게시판, 배지, 업적, 레벨, 힌트, 결과 리포트
- 평가 등급 네 개: Excellent, Good, Risky, Poor
- 직무 이름과 직급 이름
- 현장 용어: 업종마다 신입이 첫 주에 듣는 말
그래도 빈틈은 생겼습니다. 작업 도중 캠퍼스 건물 이름이 용어집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스토리를 번역한 쪽과 UI를 번역한 쪽이 다른 이름을 쓰기 직전이었습니다. 매뉴얼에 인용된 버튼 이름도 같은 문제였습니다. 매뉴얼은 "이 답으로 결정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쓰는데, 실제 버튼의 번역이 다르면 신규 입사자는 화면에서 그 버튼을 찾지 못합니다. 용어집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 작업 중에 발견한 단어를 계속 더하는 문서입니다.
번역 전에 정할 것 2: 번역하지 않을 말
용어집만큼 중요한 것이 번역하지 않을 말의 목록입니다. 제품 이름과 회사 이름, 사람 이름, 그리고 현장에서 원어 그대로 쓰는 약어입니다. 반도체 팹의 OCAP, MOC, LOTO, 건설 현장의 TBM은 스페인어권 현장에서도 그대로 씁니다. 이런 말을 풀어서 번역하면 게임 안에서는 친절해 보여도, 실제 현장에 가면 다시 배워야 합니다.
대신 처음 등장할 때 짧은 설명을 붙였습니다. 스페인어판 건설 현장 맵은 "TBM (charla de seguridad)"처럼 첫 등장에서 뜻을 밝힙니다. 일본의 생협이 배경인 맵에서는 見守り나 班 같은 일본 제도를 로마자로 두고 짧은 스페인어 설명을 붙였습니다. 제도를 다른 나라의 비슷한 것으로 바꿔 버리면 이야기의 배경이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그대로, 현지에 맞출 것만 바꾼다
시나리오 퀘스트를 옮길 때 가장 먼저 정한 원칙은 판단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언어로 플레이하든 Excellent는 같은 선택지여야 합니다. 그래야 다국어 팀이 결과 리포트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바꿔야 하는 것은 언어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 숫자 표기: 영어의 "2,000"은 스페인어권 일부에서 소수점으로 읽힐 수 있어 "2000"으로 썼습니다.
- 긴급 전화번호 같은 제도: 일본 생협 퀘스트의 119는 그대로 두되, 스페인어판에는 "(emergencias)"를 붙여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 문장부호와 인용부호: 스페인어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앞뒤로 씁니다. 일본어는 「」를 씁니다.
- 법적 요구: 안전교육이나 개인정보에 관한 법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퀘스트는 가상의 회사를 배경으로 판단의 순서를 연습하는 것이고, 각 나라의 법정 교육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모든 언어판에 같이 밝혔습니다.
호칭과 말투는 한 번 정하고 모든 문서에 적용한다
한국어의 존댓말과 반말처럼, 스페인어에도 상대를 부르는 방식이 둘 있습니다. 친근한 tú와 격식 있는 usted입니다. 게임과 사이트, 블로그는 tú로, 개인정보처리방침과 이용약관은 usted로 정했습니다. 퀘스트 안에서 직원이 조합원이나 거래처에게 말하는 대사는 장면에 맞게 usted를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냐보다, 한 번 정한 기준을 모든 번역자가 같이 쓰는 것입니다. 한 화면에서 tú와 usted가 섞이면 같은 회사가 만든 콘텐츠로 읽히지 않습니다.
길이가 달라지면 화면이 깨진다
스페인어는 같은 내용을 영어보다 20~30% 길게 씁니다. 번역이 끝난 뒤 가장 많이 손본 곳은 문장이 아니라 화면이었습니다.
- 블로그 공유 이미지: 제목이 두 줄을 넘으면 설명과 겹칩니다. 스페인어 제목 세 개가 세 줄로 넘어가 다시 짧게 썼습니다.
- 버튼과 카드: 좁은 휴대폰 화면에서 긴 단어가 넘치지 않도록, 스페인어 본문에는 하이픈 줄바꿈을 켰습니다.
- 목차와 칩: 글자 수 제한이 언어별로 달라야 합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글자당 정보가 많아 짧은 제한을, 영어와 스페인어는 긴 제한을 씁니다.
- 등급 이름: 스페인어 형용사는 성과 수에 따라 형태가 바뀝니다. 등급을 "Bueno"라는 고정된 이름으로 다루고 "Bueno로 표시된 답"처럼 써서 문장마다 형태가 흔들리지 않게 했습니다.
언어 목록을 말하는 문장은 모든 언어에서 같이 고친다
새 언어를 더할 때 빠뜨리기 쉬운 곳이 있습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지원합니다"처럼 지원 언어를 말하는 문장입니다. 스페인어판에만 스페인어를 넣고 한국어판은 그대로 두면, 한국어 사이트는 여전히 3개 언어라고 말합니다. FAQ, 매뉴얼, 사이트 소개, 검색엔진과 AI가 읽는 요약까지 모든 언어판에서 같이 고쳤습니다. 게임 안의 언어 전환 안내도 "한국어 ↔ 영어"에서 네 언어를 순환하는 문구로 바꿨습니다.
누락은 사람이 아니라 검사가 잡는다
퀘스트 하나에는 상황, 힌트, 선택지 네 개와 각각의 피드백, 학습 포인트가 있습니다. 맵 네 개를 합치면 스페인어로 옮길 문장이 수천 개가 됩니다. 사람이 끝까지 읽어서 빠진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같이 만들었습니다.
- 한국어와 영어가 있는 모든 문장에 스페인어가 있는지 세는 검사. 화면에 표시되는 모든 데이터가 대상입니다.
- 스페인어 화면에 한국어나 일본어가 섞여 나오지 않는지 확인하는 검사. 네 개 맵의 시작 화면, 프로필, 결과 리포트, 메뉴, 지도, 복습 게시판, 스토리를 모두 그려 보고 확인합니다.
- 번역이 빠졌을 때 빈 화면 대신 영어가 나오게 하는 대체 장치. 검사가 놓친 한 줄 때문에 화면이 비는 일은 없게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대조하는 과정에서, 오래 놓쳤던 부분도 드러났습니다. 모든 언어에서 영어로 고정돼 있던 헤더 메뉴와 단계 표시, NPC의 직무 소개 같은 곳입니다. 이런 부분도 지금은 네 언어로 나옵니다.
다국어 온보딩 체크리스트
- 번역 전에 용어집과 번역하지 않을 말의 목록을 만들었는가
- 작업 중 발견한 단어를 용어집에 계속 더하고 모든 번역자에게 공유하는가
- 매뉴얼에 인용한 버튼 이름이 실제 화면의 번역과 같은가
- 판단 기준과 정답을 언어별로 바꾸지 않았는가
- 숫자 표기, 문장부호, 제도처럼 지역에 따라 다른 부분을 확인했는가
- 호칭과 말투 기준을 정해 모든 문서에 적용했는가
- 길어진 문장 때문에 버튼, 카드, 공유 이미지가 깨지지 않는가
- 지원 언어를 말하는 문장을 모든 언어판에서 함께 고쳤는가
- 누락된 번역과 다른 언어가 섞인 화면을 자동으로 잡는 검사가 있는가
업종별 시나리오의 공통 설계 기준은 업종별 신입 온보딩 설계에서, 문서를 시나리오로 바꾸는 절차는 사내 위키를 온보딩 퀘스트로 바꾸는 5단계 워크플로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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